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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복사가 된다고? 그렇습니다. 늘어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말이죠. "도대체 양이 복사가 된다는 게 무슨 말이야?""낸들 아나."백색으로 가득 찬 방.그 안에서 유일한 색채를 띈 검은 문.아마란토스는 문 손잡이를 가볍게 두드렸다.그것은 둥글었고, 고풍스러운 고딕풍으로 유려하게 장식된 모양이 눈에 띄었다.기하학적으로 구부러진 고사리와 원, 레이스를 정교하게 흉내낸 황동 사슬들.이 빌어먹을 상황만 아니었다면 학자로서 면밀히 살펴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켰을 테다. '그래. 이 뭣같은 상황만 아니었다면.'아마란토스는 고개를 돌렸다.한없이 깨끗하고 정갈한 방이었다.동시에 어딘가 불쾌한 분위기를 풍겼다.그것은 분명 눈에 닿는 곳이 온통 하얄 뿐이기 때문이었다.손자국 하나, 먼지 하나 없이 하얀 벽은 꺾이는 ..

그래. 깔끔하게 인정하겠다. 저놈의 체력을 얕봤다. 아마란토스는 카페 의자에 들러붙다시피 기댔다. 그의 체력을 쪽쪽 빨아먹은 애인이란 녀석은 카운터에서 음료 두 잔을 가져오는 참이었다. 해임은 얼음이 가득 담긴 쪽을 아마란토스에게 건네주며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벌써 지치면 어떡해. 놀아준다며.” “혹시 전생에 보더콜리였어?” 아마란토스는 잔을 받아들었다. 말을 길게 할 여력조차 없었다. 아마란토스는 해임을 한 번 흘겨 보고는 커피를 쭉 들이켰다. 탁, 소리와 함께 떨어진 잔에는 얼음만 남아 있었다. “용들은 다들 그렇게 체력이 좋은가.” 아마란토스는 한숨처럼 말을 내뱉었다. 해임의 눈매가 금세 가늘어졌다. “나 말고 다른 용 만나?” 바늘처럼 박히는 시선에 아마란토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럴 리가.”..

(인간x인어 au) 이해할 수 없대도 의심하지 마. 새벽까지 쏟아지던 장맛비가 가시고 말간 태양이 떠올랐다. 울긋불긋한 여름 꽃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었고, 갓 개인 하늘 위로 물방울이 툭, 떨어지면 파란 그림자가 일렁였다. 모든 것들이 허물을 벗은 듯이 선명하게 반짝였다. 여기, 웅덩이에 고개를 처박을 기세로 머리를 기울인 한 아이를 제외하고서 말이다. 기다란 은빛 머리카락이 웅덩이 위로 비치자 새하얀 그림자가 구름처럼 흘러갔다. 눈을 한 번 깜박이면 새파란 바다를 닮은 빛이 슬쩍 나타났다가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아이는 흐릿한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젖혔다. 그날은 무척이나 습했다. 둥근 이마에 샛노란 태양이 쉴새없이 빛을 쏘아댔다. 정오의 가혹한 열기는 아이에게는 가혹한 처사였고, 조그만..

"수족관 갈래?""갑자기? 예약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데...""응? 식당도 아니고, 뭔 수족관을 예약을 한대."... ..."대관하지 마.""힝." "그나저나 무슨 바람이 들은 거야, 란? 평소에는 방에 콕 틀어 박혀 있던 학자님께서 먼저 나오자고 할 줄은 몰랐는걸.""이 새끼가 잘하다가 한 번씩 속을 긁는다."아마란토스는 가차 없이 상대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짝!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해임이 등을 부여잡으며 낑낑거렸다. 해임의 눈가에 작게 물방울이 맺혔다."내가 틀린 말 했나! 평소에는 죽어도 나오지 않았잖아."어지간히도 억울한지 해임은 입술을 삐죽이기까지 했다. 아마란토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해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주둥아리를 잡아 묶어 버리기 전에 집어 넣어."애인의 열렬한 시선 끝에 해임의 입술..

아이비(Ivy): 진실한 애정, 행운이 가득한 사랑 "란! 아직 멀었어?"해임의 목소리가 방문 너머에서 울렸다. 아마란토스는 방금 입었던 옷을 침대에 던져 버렸다. 휙, 날아오른 셔츠가 온갖 옷가지의 산에 사뿐히 안착했다. "거의 다 했어!"그 말을 뒤로 하고, 아마란토스가 방문 밖으로 겨우 겨우 기어나온 지는 해임의 재촉 후 10분이 훌쩍 넘긴 뒤의 일이었다. 해임은 팔짱을 낀 채 아마란토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약속보다 훨씬 늦었네. 시간이라면 칼 같이 잘 지키는 양돌이가 무슨 일일까?"해임의 시선이 쭈뼛쭈뼛 선 아마란토스에게 닿았다. 평소에는 죽어도 입기 싫다던 셔츠에 볼로 타이, 그럭저럭 구색을 갖춘 검은색 슬랙스. 해임이 눈을 동글게 뜨자 아마란토스는 셔츠 카라를 매만지며 해임의 시선을 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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