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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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오늘, 미네소타에서는 큰 눈이 내렸다.딩동. 핸드폰이 몸을 부르르 떨며 새로운 메시지 한 통을 알렸다. 엄마다. 큼지막한 골든 리트리머가 눈 속에서 뛰어 노는 사진과 함께 짧은 문장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 ‘태피가 널 많이 보고 싶어해. 자주 연락하렴!’“작년에도 이맘때 즈음 눈이 내렸던가.”방 안은 어두컴컴하고 벽걸이 달력은 벌써 4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네소타에 사는 가족들은 마을에서 가장 큰 눈사람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을 테다. 미국에서 춥기로 유명한 주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 집에서 살았을 때는 어떻게 지냈더라. ‘… ….’이제는 그 무시무시한 추위조차 가물가물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립다는 말은 아니다. 겨울만 되면 독한 감기에 시달리느라 정신 없던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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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 4
해임은 본능처럼 손가락을 튕겼다. 틱, 틱, 해임의 손가락 틈에서 조그마한 불씨가 튀었다. 그와 동시에, 쐐애액! 뾰족한 장미 가시 하나가 날아왔다. 해임은 자신의 불을 팔뚝에 둘러 날아오는 가시를 퍽 쳐냈다. 쨍그랑!주먹과 가시가 맞닿는 순간 평범한 식물이라면 날 수 없는 소리가 났다. 가시가 산산히 부서지더니 파편들이 나무 기둥에 타다닥 박혔다. 푹, 푸북. 그것은 이윽고 천천히 녹았고, 이내 나무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열에 녹은 것처럼 끈적하게 변한 비정형의 가시가 나무 속을 기괴하게 헤집고 파들어가는 모습은 유리 두 개를 이어 붙이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그보다 곱절 이상으로 징그럽기 짝이 없다. 장담할 수 있다. 적어도 평범한 유리라면 저렇게 내장을 뒤집듯… …, 으웩. 해임이 속으로..
20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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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합편)
바다를 향해 가슴을 활짝 편 대리석 신전. 이오니아식으로 우아하게 뻗은 백색의 기둥들이 신전의 양옆을 든든하게 받치고 선다. 기둥은 덩굴 식물들을 숄처럼 우아하게 두른 채 마을에 발을 들인 이방인을 바라본다. 한여름을 맞아 새파랗게 물든 덩굴 식물은 기둥을 장식하는 하나의 무늬가 되어 바람결에 흔들린다. 대낮의 강렬한 태양 아래서 밝게 빛나는 새하얀 지붕 위를 각종 식물들과 여름을 맞아 갓 피어나기 시작한 장미 무더기가 뒤덮는다. 푸른빛에서 노란빛, 주홍빛에서 붉은빛까지, 그들은 온갖 알록달록 화려한 색들로 자랑스레 치장한 채 눈부신 연안의 불꽃 아래서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한 생명을 내뿜는다. 보아라, 이것이 축복받은 대지의 기쁨일지니! 이방인은 신전의 아름다운 색채에서 자신의 하잘것없음을 느끼고 그 장..
2026.02.16
최신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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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오늘, 미네소타에서는 큰 눈이 내렸다.딩동. 핸드폰이 몸을 부르르 떨며 새로운 메시지 한 통을 알렸다. 엄마다. 큼지막한 골든 리트리머가 눈 속에서 뛰어 노는 사진과 함께 짧은 문장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 ‘태피가 널 많이 보고 싶어해. 자주 연락하렴!’“작년에도 이맘때 즈음 눈이 내렸던가.”방 안은 어두컴컴하고 벽걸이 달력은 벌써 4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네소타에 사는 가족들은 마을에서 가장 큰 눈사람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을 테다. 미국에서 춥기로 유명한 주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 집에서 살았을 때는 어떻게 지냈더라. ‘… ….’이제는 그 무시무시한 추위조차 가물가물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립다는 말은 아니다. 겨울만 되면 독한 감기에 시달리느라 정신 없던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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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 4
해임은 본능처럼 손가락을 튕겼다. 틱, 틱, 해임의 손가락 틈에서 조그마한 불씨가 튀었다. 그와 동시에, 쐐애액! 뾰족한 장미 가시 하나가 날아왔다. 해임은 자신의 불을 팔뚝에 둘러 날아오는 가시를 퍽 쳐냈다. 쨍그랑!주먹과 가시가 맞닿는 순간 평범한 식물이라면 날 수 없는 소리가 났다. 가시가 산산히 부서지더니 파편들이 나무 기둥에 타다닥 박혔다. 푹, 푸북. 그것은 이윽고 천천히 녹았고, 이내 나무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열에 녹은 것처럼 끈적하게 변한 비정형의 가시가 나무 속을 기괴하게 헤집고 파들어가는 모습은 유리 두 개를 이어 붙이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그보다 곱절 이상으로 징그럽기 짝이 없다. 장담할 수 있다. 적어도 평범한 유리라면 저렇게 내장을 뒤집듯… …, 으웩. 해임이 속으로..
20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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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합편)
바다를 향해 가슴을 활짝 편 대리석 신전. 이오니아식으로 우아하게 뻗은 백색의 기둥들이 신전의 양옆을 든든하게 받치고 선다. 기둥은 덩굴 식물들을 숄처럼 우아하게 두른 채 마을에 발을 들인 이방인을 바라본다. 한여름을 맞아 새파랗게 물든 덩굴 식물은 기둥을 장식하는 하나의 무늬가 되어 바람결에 흔들린다. 대낮의 강렬한 태양 아래서 밝게 빛나는 새하얀 지붕 위를 각종 식물들과 여름을 맞아 갓 피어나기 시작한 장미 무더기가 뒤덮는다. 푸른빛에서 노란빛, 주홍빛에서 붉은빛까지, 그들은 온갖 알록달록 화려한 색들로 자랑스레 치장한 채 눈부신 연안의 불꽃 아래서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한 생명을 내뿜는다. 보아라, 이것이 축복받은 대지의 기쁨일지니! 이방인은 신전의 아름다운 색채에서 자신의 하잘것없음을 느끼고 그 장..
202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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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5 (完)
재판은 미뤄졌다.여인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은 인간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무심하게, 눈 깜짝할 사이도 없이 조용히 흘러갈 뿐이다. 아홉 달 뒤 여인은 아이를 해산하였다.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은 찬란한 금빛이었고 꾹 감긴 눈동자는 너른 바다를 꼭 닮았다. 누군들 청년을 아는 사람이라면 틀림없는 그 사람의 아이라고 할 법할 만큼 잘생긴 아이였던 것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아이는 몸이 약했다. 너무나도 약했다. 그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아이를 낳는 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던 여인이 갑자기 외쳤다 – 저 마녀!여인이 한 손을 내밀어 자신의 다리 밑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한 여성이, 녹빛 머리칼의 사제가 앉아 있었다. 사제는 갓 태어난 아기를 쓰다듬고 있었다. 사제의 품 안에서 젖먹이는 ..
202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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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4
네번째 태양이 떠올랐을 때에도 청년은 신전으로 찾아와서는 성실하게 기도했다. 사제는 여인에게 본 그대로를 전해주었다. 여인은 어느 정도 안심한 듯 보였다. 사제는 그녀에게 가벼운 웃음과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만 여인은 안절부절 못 하는 기색이었다. 사제는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어제의 일은 정말 미안해요. 제가 무례했어요.사제는 고개를 내저었다. 다만 여인은 여전히 포기를 모르는 듯했다. 그녀가 두 손을 마주잡고 사제를 바라봤다. 이곳 사람들이 말하길 사제님들께서는 신성하다죠. 과연 제가 본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사제라 이름 붙은 여인들을 공경하지 않는 이를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어째서 여러분에 관해 질문을 던졌을 때는 아무도 답하지 않을까요? 모두가 신의 뜻이라고만 말할 뿐, ..
2026.02.16